-이름

: 신토불이 일본인임에도 그가 로미오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것에는 어쩔 수 없는 사연이 있다. 그의 이름은 오로지 부모님의 팬심에 의한 것인데,  셰익스피어의 열혈팬이었던 그의 부친과 모친은 자식을 낳는다면 이름을 꼭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으로 짓기로 결혼하기 전부터 이미 정해놨던 것이다! 물론 그는 개명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개명 의사를 밝힐 때마다 부모님이 눈에 띄게 슬퍼하시는 탓에 그냥 맥베스나 오셀로는 아닌 것에 만족하고 살기로 한 것 같다. 참고로 그는 줄리엣은 어디 두고 다니느냐는 종류의 농담을 가장 자주 듣는데, 그의 여동생의 이름이 줄리엣이다…

 

-복장불량

: 항상 풀어헤친 셔츠와 대충 걸려있는 넥타이, 그는 입학실 날조차 교복을 제대로 입고 않았기 때문에 그가 교복을 제대로 입은 모습을 본 사람은 선생님을 포함해 아무도 없다고 한다. 학생증 사진을 찍을 때만이라도 제대로 입을 수는 없니냐는 담임 선생님의 닥달에 그날만큼은 제대로 넥타이까지 매고 사진을 찍겠다는 당당하게 선언했지만… 그는 정말 말 그대로 넥타이를 매기 만 했다. 셔츠 단추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잠그지 않고 그냥 그 위에 바로 넥타이에 맨 그의 사진을 담임 선생님은 그만 그 자리에서 화병으로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갔다는 소문이 있다. 나중에 친구들로부터 무슨 생각으로 이런 괴랄 한 패션으로 사진을 찍을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거기에 관해서 시대가 내 감각을 못 따라오는 거라는 답변을 남겼다.

 

-마당발

: 그는 특유의 넉살 좋은 성격 덕분에 여기저기에 발이 넓은 편이다. 처음에는 좀 불량스러워 보이는 외형과 큰 덩치를 보고 그를 피하던 사람들도 끊임없이 말을 걸고 아는 척을 하는 그의 행동 탓에 정신 차려 보면 어영부영 친구가 버리기도 한다. 모두와 친구가 되겠다는 원대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냥 사람들이랑 얘기하고 같이 다니는 걸 워낙 좋아해서 이러는 것일 뿐이다. 최근에는 부친이 다니고 있는 조기 축구회를 공략 중인 것 같다. 참고로 마을 어르신들이 다니는 동네 노인정 또한 그의 마당발 목록 중 하나로 최근 노인정 왕언니의 명예 손자로 인정받았다.

 

-극작가

: 극작가이자 셰익스피어의 팬인 부모님에게서 자란 그는 다른 아이들이 '아이들을 위한 세계 명작 동화 100선'을 읽을 때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읽으며 의도치 않게 극작가 영재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게 되었다. 그 덕분인지 어렸을 때부터 청소년 창작 희곡 경연 대회, 백일장 대회 등등에서 상을 받으며 점점 더 그 재능을 다져가던 중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된다. 그건 바로 자신이 다른 장르에 비해 로맨스를 끔찍하게 못 쓴다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이름이 명색의 로미오인데 로맨스를 못 쓰는게 말이 되느냐면서 로맨스 소설부터 영화까지 닥치는 대로 봐가며 공부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순정만화까지 보기 시작했다는 소문도 있다. 하지만 로맨스 특유의 사람 가슴 설레게 하는 묘사를 못 하는 거지, 전체적인 스토리 및 글쓰기 능력은 이미 프로 작가의 수준이다

 

-도서부

: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운동부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동아리는 중학생 때부터 항상 도서부였고 동아리 출석률과 활동량도 아주 성실하게 채운다. 실제로 막 입학했을 때도 그의 덩치 덕분에 운동부들에서 수많은 러브콜들이 쏟아졌지만, 동아리 신청일이 되자마자 바로 누구보다 빠르게 도서부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입부 이유로는 새로 들어오는 신간도서 정보와, 애들에게 어떤 장르의 책이 인기 있는지도 알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도서부라 일반 학생보다 책을 더 많이 대출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리고 이 학교 도서관에 로맨스 장르의 책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그의 동아리 활동 만족도는 최상을 찍었다.

 

-가족

: 모친,부친, 여동생 1명이 있으며 고양이를 한 마리 기르고 있다.

그의 여동생은 개명할 타이밍만 노리고 있으며 부모님도 그걸 막을 타이밍만 노리고 있기 때문에 집 안에서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돌고 있지만, 요즘 그와 여동생 사이에 뭔가 또 다른 묘한 어색함이 맴돌고 있다. 참고로 고양이의 이름은 찰스 3세다.